ChatGPT 3가 그야말로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기 2주 전, Notion AI가 출시되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향후 출시 예정이라며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덕트의 가상 이미지로 연이어 기사를 낼 때, Notion은 사용자가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실제 프로덕트를 보유하고 있었죠.
하지만 신속한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타협이 불가피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Notion AI의 시장 진출 전략을 공유합니다. Notion의 판단이 적중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Notion이 얻은 귀한 지혜들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세요.
1. 확실성보다는 속도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하는 기반 기술에는 늘 속도가 관건입니다. 2022년은 AI 업계 종사자 모두가 관련 기술의 개발과 수정, 업그레이드를 무한 반복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Notion은 시장에 최대한 빨리 진출하여, 얼리 어답터 사용자들에게 Notion AI 기능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기존 리서치보다 훨씬 더 방대한 사용자 풀에서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피드백을 엔지니어에게 전달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 우선주의 전략에는 상당한 대가가 뒤따랐습니다. 중요한 기능들을 미처 개발하지 못하거나 개발을 최종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디자인과 UX를 추측에 맡겨야 했으며, 영어 버전만 지원되는 상태로 출시를 감행해야 했으니까요. 또한 AI 기술이 처음인 Notion이 많은 것들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있음을 대다수 사용자가 이해하리라 믿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미완성 알파 버전의 체험을 위해 대기자 명단 등록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리한 타임라인은 기능의 제약 외에도 많은 문제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Notion 고객은 실제로 AI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이들에게 Notion AI와 그 작동 원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요금은 어떻게 부과해야 할지 등, 해결해야 하는 질문이 남아있는 상태로요.
이 모든 불확실성이 Notion을 초조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진출 속도를 늦췄다면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었을까?"란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때그때 전달되는 피드백에 귀 기울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2. 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
2022년 11월, Notion AI 대기자 명단을 준비하며 예상했던 희망 대기자 수는 20만 명이었습니다. 5주가 지나자 대기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죠. 이 정도의 사용자가 확보되니 Notion AI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좀 더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Notion 팀은 처음엔 다른 AI 서비스 공급자들과 마찬가지로 블로그 포스트부터 고객 이메일, 시까지 모든 분야의 글쓰기에 GenAI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초기 슬로건에는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었고요.
하지만 사용자가 실제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매우 달랐습니다. 우선 초안을 작성한 뒤 AI를 활용해 이 초안을 수정하는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가장 많이 입력된 Notion AI 명령어가 바로 '글 업그레이드'였을 정도니까요. 저희는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AI에서 협업 파트너로서의 AI로 Notion AI의 정체성을 재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Notion AI가 사용자의 노력을 대체하기보다는, 더 많은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스마트한 가이드가 되도록 한 것이죠.
또 한 가지 저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Notion AI의 초기 사용자 풀입니다. 처음에는 Notion AI가 회사 업무의 생산성 증대에 활용되리라 예상했으나, 대부분의 사용자가 회사보다는 집과 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개인적인 용도로 Notion AI를 사용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래의 GA 출시 영상에서는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작업 세 가지를 Notion AI의 도움으로 45초 만에 완료하고 다시 평온을 되찾는 직장인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많은 호응을 얻은 클립이었지만, 막상 영상 속 방식으로 Notion AI를 활용하는 실제 고객 사례를 찾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3. 요금제는 심플하게
Notion의 초기 요금제 전략은 Notion 고객에게 소액의 고정 요금을 기반으로 AI 기능을 제공하되 사용량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부과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3개 등급으로 나뉘는 요금제를 고안했는데, 이 요금 체계에선 AI 기능 자체는 저렴하게 추가할 수 있었지만 사용 가능량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용자는 월 한도 내에서 AI 응답당 요금을 지불하게 되며, 한도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식이었죠.
사용자 중심의 자유로운 맞춤형 요금제라고 하기엔 무리였어요. 사용하지 않는 AI 기능에 돈을 지불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Notion의 초기 요금제는 핸드폰 요금제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핸드폰 요금제가 그렇듯 Notion의 요금제 전략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해지고 말았습니다. 고객들은 이렇게 말했죠. "AI 기능을 사용할 때마다 이번 달 남은 크레딧이 얼마나 되는지 매번 확인해야 하는 게 너무 불편해요."
돌이켜 보면 문제는 너무나 분명해 보입니다. 질문당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은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자유롭게 탐색할 기회를 빼앗고, 이런 환경에선 제아무리 AI 기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 새로운 툴의 사용법을 마음놓고 익히기 부담스러운 것이죠.
이에 지난 2월, GA 출시를 몇 주 앞두고 Notion AI의 요금제를 전면 재수정하여 현재의 월정액 요금제로 개편하였습니다.
4. 끊임없이 배우기
요금제에 대한 사용자의 지적처럼, 저희는 Notion AI라는 서비스를 어떤 방향으로 소개하고 홍보해야 할지, 이 서비스의 가장 유용한 기능은 무엇이 될지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배우고 또 배워야 했습니다.
Notion AI는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프로덕트라기보다는 계속해서 강화되는 다양한 기능의 집합체입니다. 그리고 사용자 피드백은 이 수많은 기능들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Notion AI 알파 버전 출시를 알리는 트윗에서 Ivan은 Notion AI가 "진심으로 유용"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그리고 어디에 유용하다는 말일까요? 초기 비즈니스 고객들은 Notion AI가 직장에서 글 쓸 일이 많은 직장인에게 가장 유용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비슷한 이야기는 그 후에도 계속 들려왔습니다. 이에, Notion 팀에서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AI 기능을 사용하는 액티브 사용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업무에서 가장 힘든 건 무엇인가요?
피드백에 따르면, Notion을 포함한 모든 SaaS 툴 사용 시 가장 불편한 점은 다름 아닌 정보 검색이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Notion AI 사용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물론, 프로덕트 업그레이드 방향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Notion AI에선 편집 기능이 우선시됐지만 곧 팀 기반 데이터베이스 지식을 활용하는 AI 자동 채우기, 그리고 지금은 전체 워크스페이스를 검색해 답변을 제공하는 Q&A 기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습니다.
커뮤니티 피드백은 Notion AI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빠르게 쓰고, 과감하게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세요."라는 포부 가득한 Notion AI의 첫 소개 문구를 본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AI가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하지만, 그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현재 Notion AI 랜딩 페이지는 구체적인 Q&A 프롬프트의 예시를 제공합니다.
엔지니어링 팀에 버그 리포트하는 방법 알려 줘
웹사이트 리뉴얼 적용일 알려 줘
AI팀의 이번 주 업무를 알려 줘
Notion AI팀의 이번 주 업무는 무엇일까요? 관련 내용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AI 기술에 대한 Notion의 배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통한 값진 배움을 공유하며 지금처럼 꾸준히 나아갈 것입니다.
좋은 소식으로 곧 다시 찾아뵐게요!
